틴데일 경은 성경이 사람들의 눈으로부터 감춰졌다는 이 사실만을, 즉 거의 이 사실만을 교회 내의 모든 해악의 원인으로 간주했다. 왜냐하면 너무도 오랫동안 위선적인 성직자들의 가증스런 행위들과 우상 숭배를 찾아낼 수 없었고, 그 결과 그들이 손발을 아끼지 않고 사력을 다해 성경을 억눌러 전혀 읽혀지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그것이 설령 읽혀진다 해도 그들의 궤변이 뿜어 내는 뿌연 안개로 그것의 올바른 의미를 흐려 놓아 혐오하는 것을 비난하거나 멸시하는 당사자들을 몹시 당황케 하였는가 하면, 그들이 구절의 의미와는 딴판으로 그들의 목적에 맞게 성경을 왜곡시켜 배우지 못한 평신도들을 심히 현혹시키는지라, 비록 당신이 그들이 말한 모든 것이 틀렸다는 것을 마음에 느끼고 확신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교묘한 수수께끼들을 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들과 그와 같은 다른 숙고들로 인해 이 선한 사내는 하나님으로부터 힘을 얻어 성경을 그의 모국어로 번역하여 고국의 무지한 사람들에게 유익을 안겨 주었다. 다시 말해 신약성경을 찍기 위해 준비된 첫 번째 식자(植字)가 A.D. 1525년 즈음 인쇄되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분노로 달아오르던 런던 주교 쿠스버트 톤스털과 토마스 모어(Thomas More) 경은 그들이 저 ‘오류투성이의 거짓 번역물’이라 부르는 것을 파괴시킬 방도를 궁리해 냈다.
당시 그 주교가 있던 안트워프에는 어거스틴 패킹턴(Augustine Packington)이라는 한 직물상이 살고 있었다. 이 사내는 틴데일에게는 호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주교에게는 정반대였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원하던 주교는 어떻게 하면 그가 그 신약성경들을 만족스럽게 사들일 수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은 패킹턴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하! 전 그것이 각하께 기쁨이 된다면야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상인들보다 이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 틴데일에게서 그것들을 사들인 네덜란드인들과 외국인들이 그것들을 이곳에서 판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하의 의향이 그러하시다면, 전 그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돈이 없으면 그것들을 소유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러니 말씀만 하십시오. 인쇄되어 안 팔린 것은 죄다 각하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주교는 자신이 하나님의 “발끝”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온화한 패킹턴 경, 서둘러 일을 거행하시오! 내게 어서 그것들을 사다 주시게. 비용이 얼마가 들든 내가 다 지불하리다. 난 그것들을 죄다 바울의 십자가(Paul’s Cross)에서 불태울 작정이니 말이오.” 이 사람 어거스틴 패킹턴은 곧장 윌리엄 틴데일에게 가서 일의 전말을 낱낱이 일러 주었고, 그리하여 그들 사이에 맺어진 협약에 따라, 런던 주교는 성경들을 손에 넣고, 패킹톤은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틴데일은 돈을 쥐게 되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틴데일은 동일한 신약성경을 다시 교정 보아 새롭게 찍어 내었고, 그 결과 그것들은 세 배로 두꺼워진 영어 성경이 되어 나왔다. 그것을 알아차린 주교는 패킹턴에게 사람을 보내 이렇게 말했다. “신약성경이 엄청나게 퍼져 있으니 이것이 대체 어찌 된 일이오? 그것들을 다 사들일 거라고 내게 약속했잖소.” 그러자 패킹턴이 대답했다. “물론, 전 손에 넣을 수 있는 건 죄다 사들였습죠. 하나 이후로 그들이 더 많이 찍어 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 보니 그들이 활자와 판목(版木)을 가지고 있는 한 좋을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각하께선 차라리 판목들도 사들여서 일을 확실히 해 두시는 게 좋은 듯싶습니다.” 이 대답에 주교는 빙긋이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해서 문제가 마무리되었다.
얼마 후, 때마침 조지 콘스탄틴(George Constantine)이 이단으로 의심받아 당시 영국의 종교법 고문관으로 있던 토마스 모어 경에 의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모어 경은 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콘스탄틴! 내가 지금 당신에게 물어볼 한 가지에 대해 당신이 내게 솔직해 줬으면 하오. 순순히 응해 준다면 당신을 고소한 다른 모든 것들에 있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어 줄 것을 약속하외다. 저 바다 건너에는 틴데일, 조이(Joye) 그리고 당신네 수많은 이들이 있고, 난 그들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소. 다시 말해, 그들에게 돈을 대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말인데, 그들 중 하나인 당신은 거기서 당신의 몫을 담당하고 있으니 그 돈이 어디서 흘러드는지 잘 알고 있을 게요. 바라건대 내게 말해 주시오. 이처럼 그들을 도와주고 있는 게 대체 누구요?” “각하,” 콘스탄틴이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우리를 도와주는 이는 바로 런던 주교입니다. 신약성경을 사서 불태우라고 그가 우리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돈을 뿌렸는데, 바로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원조와 위로가 되었고, 그 일은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모어가 말했다. “과연 맹세코 내 생각이 바로 그거였소. 주교가 그 일에 손대기 전에 누차 경고했는데도 그놈의 고집 때문에 올 게 오고야 말았구료.”
그 일이 있은 후, 틴데일은 구약성경 번역에 착수하여 모세오경을 끝냈으며, 거기에 학식이 철철 넘치고 경건하여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할 만큼 매우 훌륭한 갖가지 서문들을 달아 놓았다. 이 성경들이 영국으로 보내졌을 때, 그것들이 이전에 흑암 속에 갇혀 있던 온 영국민들의 눈에 열어 주었던 그 빛의 문이 어떠했는지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 고국을 떠났을 때 그는 독일로 여정을 밟았으며, 그곳에서 루터와 여타 학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거기서 일정 기간을 계속 머무르다 후에 네덜란드로 내려와 안트워프에서 대부분의 거처를 정했다.
틴데일의 경건 서적들, 특히 그가 번역한 신약성경이 사람들의 손에 들려지고 널리 보급되자, 그것은 성도들에게 유례 없이 굉장한 유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불신자들은 (그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지는 것을 시기하고 경멸할 뿐 아니라, 눈부시게 내리꽂는 진리의 광선에 그들의 흑암의 일들이 들통날까 두려워하며) 갖은 법석을 떨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틴데일이 신명기를 번역하고 그것을 함부르크(Hamburg)에서 간행할 작정으로 그곳을 향해 항해하고 있을 때, 그가 탄 배가 네덜란드 연안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그는 이로 인해 그의 모든 책들과 저작집, 인쇄 원고들 그리고 가진 돈과 시간을 잃어버렸고, 따라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배를 갈아타고서 함부르크에 도착했고, 거기엔 약속대로 커버데일(Coverdale) 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버데일은 그가 모세오경 전 권을 번역하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이 일은 부활절에서 12월까지 신앙심 깊은 과부 마가레트 밴 에머슨(Margaret Van Emmerson) 여사의 집에서 A.D. 1529년에 이루어졌다. 같은 시기에 그 도시에서는 굉장한 발한성 질병이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함부르크에서의 자신의 일을 신속히 처리하고서 안트워프로 돌아왔다.
하나님께서 평범한 언어로 된 신약성경을 널리 보급시키고자 하셨을 때, 그것의 번역자인 틴데일은 성경의 맨 후미에 어떤 서간을 덧붙였는데, 그 안에는 무언가 잘못된 게 발견되면 학식있는 이들이 수정해 달라는 그의 바람이 적혀 있었다. 그런 까닭에 만일 수정을 가할 만한 실수가 있어서 지식과 분별력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학식을 이용해 그 안에서 수정되어야 할 부분을 바로잡았다면, 그것은 예의 있고 친절한 행위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성경이 널리 보급되는 것을 꺼려 하던 성직자들은 그것 안에 수없이 많은 이단 교리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수정할 게 아니라 발매를 아예 금지시켜야 한다며 그것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떤 이들은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평신도들이 그들의 모국어로 된 성경을 가지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는가 하면, 다른 이들은 그것이 그들 모두를 이단으로 만들어 버릴 거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목적에 속세의 통치자들을 끌어들일 작정으로 그것 때문에 백성들이 왕에게 반역을 일으킬 거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을 틴데일은 모세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 앞 그의 서문에 직접 천명했으며, 다음의 사실 또한 덧붙여 보여 준다. 즉 그들이 그 번역을 검토하고 그것을 그들의 상상과 비교하는 데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기가 차는지라, 비록 그의 추측이지만, 그들이 만일 성경을 번역하려 했다면 그 일에 들인 수고의 일부만 가지고도 성경의 대부분을 번역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것이며, 또 그들이 모든 제목과 구두점을 한자 한자 이 잡듯 어찌나 꼼꼼하게 살펴보며 검토하던지 거기엔 ‘i’ 한 자라도 실수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만일 그의 이해력을 넘어서 번역이 불완전하다 싶은 게 있으면 그것을 여지없이 기록해 두었다가 무지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이단이라며 일일이 고자질했다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빛의 안내자가 되었어야 했을) 영국의 성직자들이 성경의 지식으로부터 백성들을 저 멀리 내몰기 위해 고안한 당시의 심술궂은 계략들은 그 정도가 심해도 어지간히 심한 게 아니었는데, 그 성경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그것을 번역하려 하기는커녕, 그것이 다른 이들에 의해 번역되는 것도 견디지 못해 했다. 여기엔 세상을 여전히 흑암 속에 가둬 둔 채 헛된 미신과 거짓 교리들로 백성들의 양심 위에 군림하여 자신들의 야망과 물릴 줄 모르는 탐욕을 만족시키고 왕과 황제 위에 자신들의 명예를 드높이려는 그들의 음흉한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주교들과 고위 성직자들은 왕이 그들에게 동의하기 전에는 한시도 다리 펴고 누워 있을 수 없었기에, 성명서가 눈 깜짝할 새에 작성되어 국가의 승인하에 공표되었다. 그 내용은 틴데일이 번역한 성경을 금한다는 것이었고, 이것은 A.D. 1537년경에 있었던 일이다. 하나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그들은 어떻게 하면 그를 그들의 그물에 걸려들게 하여 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까 하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는데, 그들이 이것을 어떻게 실행했는지가 이제 분명히 이야기될 것이다.
- <폭스의 순교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