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을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비뚤어진 경쟁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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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이겨야만 직성이 풀리는 비뚤어진 경쟁심
내가 처음 그를 만난 것은 서울 사무소에서 리크루팅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였다. 세계 각국의 많은 컨설턴트들을 만나보았지만 H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두뇌파였다. 그가 예리한 눈매로 쳐다보며 날카롭게 질문을 던지면 누구든지 움찔하며 긴장하곤 했다. 그의 특출함이 나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똑똑한 사람 옆에서 일하다 보면 배우는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오히려 좋은 트레이닝의 기회라고 여기고 내심 기뻐했다. 그러나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일등 수재 H박사에게는 안타깝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일등병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사람을 자신의 경쟁자와 바보, 딱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처럼 비범한 수재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모두 경쟁자로 여겨서 경계하고, 그렇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은 바보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그에겐 동료나 친구는 없고 물리쳐야 할 적이나 아니면 무시해도 되는 무의미한 존재들만 있을 뿐이었다. 물론 명석한 사람이니 자기 속내를 사람들 앞에서 섣불리 내보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고 일이 제대로 안 풀려 좋지 않은 상황이 닥칠 수도 있는 법, 그럴 때면 자신의 이러한 속내를 조금씩 드러내곤 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조금씩 그의 태도에 질리기 시작했다. 보통 컨설팅 회사나 로펌 같은 프로페셔널 회사에서 임원급이라 할 파트너로 승진되기 위해서는 다른 파트너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능력을 인정하는 한두 명의 보스가 있다고 해서 파트너로 승진하는 일은 없다.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일등으로만 달려온 인생답게 H의 업무성과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인성 능력이나 팀 리더로서의 지휘능력에 있어서 심각한 주의가 요구되는 그야말로 위험인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살면서 그런 식의 충고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그는 이 충고를 도전해야 할 새로운 시험으로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그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파트너로 승진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나 간절해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날 이후 그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다. 그는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서서히 친구로 대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적이 되어버린 친구들의 동료가 되기 위해 놀랄 만큼 자신을 낮추며 노력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이 얼마나 놀랍게 변할 수 있는지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얼만 후, 그는 파트너의 첫 단계인 프린서필(Principle, 컨설턴트 중 투표로 선출되며 컨설팅 팀을 이끌고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는 초급 파트너)에 선출됐다. H는 자신의 단점을 깨닫고 이를 고쳐서 좋은 결과를 맞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인성과 리더십이 부족한 ‘일등 중독자’들이 너무도 많다. 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우리는 점수로만 모든 것을 평가받는다. 전교 석차와 수능 점수로 인정받은 수재들은 자기만 평가받은 그 기준으로만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매긴다. 이러한 제2, 제3의 H가 이끄는 조직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반쪽짜리 인재는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사회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처음에는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인간관계라는 벽에 부딪쳐 크게 좌절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일등을 놓치게 되면 곧 인생을 포기하기라도 할 듯, 비장하게 지켜온 점수와 자존심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조세미 인재전략 독립컨설턴트,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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