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에 대한 연구

희년(레위기25장)에 대한 연구

김한수

        

 

I. 들어가는 말

희년은 대단히 혁명적인 것이며 예언자적인 선포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적(radical)인 희년의 조항이 제사장문서인 레위기에 기록되어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희년으로 시작되는 레위기25-27장의 내용은 \'시내산\'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시작되는데 이것은 이 말씀의 권위가 바로 시내산에서 나오는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별히 희년의 조항이 기록되어있는 레위기25-27장에는 \'구속\', \'구속하다\', \'구속자\'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희년의 조항이 방대하게 서술되고 있는 레위기25장에서 17회나 반복된다(27장에는 12회 반복). 레위기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런 단어가 나오지 않다가 바로 25장에 이르러서 이런 단어가 반복된다는 것에 대한 이유로 정중호 교수는 \"구속의 미래를 향한 희망찬 청사진\"에 두었다. 바로 이러한 구속이 실현되는 모습이 희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희년은 이렇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이 실현되는 귀중한 모습을 말한다. 본 논고는 이러한 희년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와 그것의 실시여부, 그리고 희년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의문점들을 해결하여 정리하기 위한 접근이다.

Ⅱ. 희년에 대한 일반적 이해

1. 회복

희년에는 모든 것이 회복된다. 희년의 본문인 레위기25장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바로 희년에 노예가 자유함을 얻게되고, 잃었던 땅을 다시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줄여서 말하자면 희년은 \"땅과 노예의 회복\"(land and slave redemption)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어원(ࠌࠁࠅࠉ)

희년을 히브리어로 \'요벨\'(ࠌࠁࠅࠉ)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단어는 숫양(ram)을 가르킨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염소의 뿔로 나팔을 만들어서 사용했는데, 희년은 나팔을 불면서(레25:9) 선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 학자들간의 의견이 일치되지는 않고 있다.

3. 시기

희년은 안식년의 7번째 기간(cycle)의 끝에 시작된다. 일곱 번 째 안식년의 7월 10일 대속죄일에 나팔을 불면서 희년이 선포된다(레25:9).

그런데 희년이 시작되는 때가 49년만인가? 50년만인가? 레위기25:10에는 제 50년으로 되어있는데 안식년의 7번째 해라면 내용상 49년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큰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희년은 7번째 안식년 즉 49년째의 7월 대속죄일에 시작된다. 하틀리(John E. Hartley)는 희년의 본래의미가 안식년개념에서 나온 7*7=49이므로 49가 더 가깝다고 보면서...고대의 시간 계산법이 현재의 개념과 다름을 강조한다(다른 예를 들면.. 오순절도 유월절 후 50일인데 7번째 안식일부터인지 다음날인지 명확치 않음. 49번째 날이 50일로 계산됨). 또한 정중호 교수는 7월 가을에 새해를 선포하고 대속죄일로 지키며 희년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희년은 어쨌든 49년후반에서 시작되어 50년째까지 이어지는 것으로서, 50년째 열리지만 안식년의 일곱 번째라는 의미(7*7=49 완전수의 제곱)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Ⅲ. 희년의 중요한 두 가지 주제

고대의 백성들에게는 원래 분배받은 땅이 있었으나 기후나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하여 파산되어 땅이 남에게로 넘어가고, 자신들도 노예로 팔려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바로 이러한 어려움들이 희년을 통해서 회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희년의 중요한 두 주제는 바로 땅과 인간이다.

1. 땅의 회복

가나안은 땅개념이 도시지배자(city-state king)나 영주(nobles)들의 소유요 나머지 사람들은 다 소작인인데 반해, 이스라엘은 종족(clan)이나 가계(household)에 따라서 공평하게 땅을 분배받았다.

그러나 약자들은 교활한 이들에 의해 땅을 잃게되거나, 빚으로 빼앗기고, 외지생활을 하게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렇지만 희년이 되면 모든 땅이 원래의 소유자에게로 돌아간다. 즉 처음 토지를 분배받았던 가문에게로 돌려주는 것이다.

이것의 가장 큰 근거는 바로 \"모든 땅은 바로 하나님의 것\"(레25:23)이라는 개념이다. 이스라엘백성들이 초기에 정착할 때 제비를 뽑아 공평하게 땅을 나누었고, 그것이 가문대대로 물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땅은 결코 사고 팔 수 없는 것이며 남에게 양도(alienation)될 수 없는 것이었다(왕상21장의 나봇의 포도원).

결국 파산하여, 또한 빼앗겨서 이런 법칙이 어겨진다 할지라도, 희년이 되면 다시 원래의 자리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희년은 원래 땅분배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2. 인간(가족)의 회복

고대근동(ANE)뿐 아니라 이스라엘에는 빚을 못갚아서 종이되는 Debt-Slavery라는 사회적 현상이 있었다. 이것은 한 사람이 파산하여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그의 땅이 채권자에게 몰수되고 자신은 종이되는 것을 말한다(왕하4장). 당시의 삶의 모습이 다양했기에 이런 파산이 많았고 심각한 사회문제까지 야기되었다. 이렇게 종이 된 사람을 키르키그노(George C. Chirichigno)는 debt-slave라고 부른다. 고대근동(ANE)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노예를 말할 때는 다음의 두가지 종류의 경우를 말한다. 하나는 Chattel-slave(ࠃࠁࠒ)요 다른 하나는 바로 Debt-slave(࠘ࠁࠒ ࠃࠁࠒ)를 말하는데, 전자는 완전한 재산으로서의 노예를 말하며 사고 팔 수 있는 반면에, 후자는 빚을 못갚아서 된 노예를 말한다. 바로 후자가 성경(특히 희년규정이나 출21장, 신명기15장등)에서 말하는 노예이다. 주인은 이들을 전자(Chattel-slave)처럼 사고 팔수 없었고 이웃처럼 존중해주어야 했다.

또한 레25:23의 \"...너희는 나그네(ࠎࠉ࠘ࠂ, permanent migrants)요, 우거하는 자(ࠎࠉࠁࠚࠅࠛ temporary migrants)로서....\"에서 \'나그네\'나 \'우거하는 자\'라는 말도 사실은 파산하여 남의 땅에서 힘들게 사는 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처지의 사람들이 다시 회복되는 기회가 희년이 되는 것이다. 다시 회복되어 그들의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는 때가 바로 희년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인들은 결코 노예(slave)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은 단지 고용인(hireling)이 될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이다.

Ⅳ. 희년은 실제로 행해지던 규정(법)인가?

1. 고대근동(ANE)

고대 근동에서는 이런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우르 3왕조시대에는 이런 debt-slave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화되었다. 그래서 함무라비 법전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유인들이 채권자의 소유가 되는 사회현상에 대한 제제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OB(Old Babylonian Period)의 misrum edict(미슈룸 칙령)에서도 약자들의 경제몰락을 방지하기 위한 신중한 내용들이 있는데 특별히 세금, 빚, debt-slave등에 대한 면제(redemption)를 언급하고있고, A-s(Ammisaduca\'s Edict)에도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과 평행되는 것들이 나타나고, 누지, 마리 문서등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고대근동(ANE)에서는 새로운 왕이 즉위할 때 희년의 규정과 비슷한 일을 베풀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초기이스라엘도 이러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초기 이스라엘

이스라엘도 넓게는 고대근동이라는 태두리에 속해 있으므로, 앞에서 말한 근동의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는 이런 모습이 이스라엘에 다소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엇갈린다.

페이저(Jeffrey A. Fager)는 희년이 이스라엘 초기부터 행해졌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약자(과부, 고아, 유랑인등)에 대한 보호는 Sem계열 사람들의 전통중 하나이다. 고로 초기이스라엘도 이런 전통을 답습했을 것이다. 아브라함이 막벨라굴을 대대로 물려주었듯이 초기 이스라엘도 땅을 대대로 물려주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페이져는 희년이 왕정이전(pre-monarchial) 시대부터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는 레위기 25장의 내용과 동일한 희년의 모습은 정착시대를 포함해서 초기 왕정시대에는 없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레위기25장은 출21장, 신15장 등보다 더 후대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여기에 대한 논의는 다음 V장에서 할 것이다). 그러므로 초기 왕정시대에는 신명기15장이나 출애굽기21장에 나오는 안식년 개념에 의거한 구제, 면제, 그리고 회복은 있었을 것이나 레위기25장의 희년개념과 조항 그대로 실시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3. 왕정시대

왕정시대에는 이미 인구가 증가했으며 군주가 백성들의 땅을 서서히 장악하게 됨에 따라 초기의 땅분배개념이 무의미해지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왕상21장의 나봇이야기는 군주가 자기의 땅을 넓히려하며 장악하려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Ⅴ. 희년은 이상적인 규정인가?

실제 희년에 대한 기록은 구약성서에서 레위기 25장이 유일하다. 쉥커(A. Schenker)는 레위기25장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출21, 신15장보다도 후대의 것이라고 본다. 즉 레위기25장의 희년 이야기는 초기에 등장하였던 안식년의 면제 사상(출21, 신15장)을 포로기 이후 시대에 새롭게 확대하여, 이전부터 있었던 안식년, 구제 및 사면에 대한 사상을 완성시킨다고 보았다.

밀그롬(J. Milgrom)도 예레미야나 룻기에 희년사상이 없음을 지적하면서 레위기25장의 희년사상은 출21, 신15장의 내용보다 훨씬 획기적이고 급진적인 개혁이라고 부른다. 특히 페이저는 희년법이 초기 왕정시대에 실시되었음을 인정은 하지만, 현재의 레25장의 희년법은 포로기 말 제사장계열에서 만들어낸 작품으로 그 목적이 새로운 공동체의 질서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을 종합할 때 희년법-레위기25장에 기록된-이 제대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 내용이 너무나 급진적이며 개혁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포로후기 귀환과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을 앞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었을 것이며, 이것이 구체적으로 실시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희년법과 맥을 같이하는 구제와 탕감, 사면등의 행사가 초기 이스라엘에서 실행되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레위기25장의 희년은 여전히 이상적인 미래의 모습, 다시 말하면 종말론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Ⅵ. 마무리

희년의 기사중 자주 나오는 구속자(ࠌࠀࠅࠂ)라는 단어는 고대 이스라엘의 가족과 친족 사이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말이었다. 즉 우리는 서로에게 구속자가 되어주어야하며 바로 이것이 희년의 규정과 관련된 의미이다. 희년의 원래 개념은 자유(liberty, freedom)와 회복(return, restoration)이다.

고대근동때 있어왔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념들이 안식년의 개념으로 이스라엘에 도입이 되었다. 이런 안식년개념과 함께 이스라엘은 그들의 초기역사를 \"모든 이스라엘인들은 하나님의 종\"이라는 개념으로 살았다. 이스라엘이 나라를 빼앗긴 포로기 이후 새로운 공동체를 꿈구던 제사장들(Priests)이 그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구도와 규정을 제정하면서, 이스라엘의 정착초기의 모습이 반영된 안식년 및 고대근동의 비슷한 개념들을 완전수 7의 제곱이라는 숫자로 확대하여 희년조항을 만들고, 이 희년의 개념을 바로 시내산계약 안에 삽입시켰을 것이다(7*7=49...50).

구약성서에 희년을 뒷받침하는 다른 본문이 레위기25장 이외에는 거의 없다(렘32, 룻4, 사61, 레26장들에도 미흡하다). 그러므로 레위기25장의 희년은 포로기에서부터 제2성전시대를 위한 청사진이며, 실제 역사에서 실시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희년사상은 환경, 인간관계, 평등 등의 이념으로 연결된다. 희년은 비단 성서학에서뿐만 아니라 신학전반에 걸쳐서 그리고 삶의 전분야에 걸쳐서 널리 지향되는 우리 모두의 이상적 인간사회의 모습이며, 국가의 모습이며, 공동체, 가족의 모습인 것이다. 또한 종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신 한 하나님의 밑에 서있는 지구촌의 하나된 모습이어야 하는 것으로 희년의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희년은 바로 처음의 모습 즉 \'회복\'인 것이다.

 

참고문헌

1. Primary 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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