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4장

출애굽기 4장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을 구원하라고 하셨지만 모세는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두 가지 이적을 체험하게 했는데,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는 이적과 모세의 손에 문둥병이 발하는 이적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손에 있는 지팡이를 땅에 던지라고 해서 던졌더니 지팡이가 뱀으로 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뱀의 꼬리를 잡으라고 했고, 모세가 그렇게 했더니 도로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또 모세에게 손을 품에 넣었다가 꺼내보라고 해서 그 말대로 했더니 손에 문둥병이 발하여 있었습니다.
그 손을 다시 품에 넣었다가 꺼내자, 이번에는 손이 전과 같아졌습니다.

어렸을 때의 일입니다.
방과후에 지네를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지네를 말려서 파는 것이 그 시절에는 일종의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지네를 잡을 적에는 손으로 머리를 눌러서 꼼짝못하게 만든 다음에 손톱으로 이빨을 제거해서 잡습니다.
머리를 누르지 않고 그냥 잡으면 지네에게 물리게 됩니다.

하물며 뱀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뱀을 잡으려면 머리를 잡아야지, 꼬리를 잡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뱀 꼬리를 잡으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 바로 그런 일이기 때문입니다.
뱀의 머리는 그리스도께서 직접 밟으실 것입니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창3:15)


아담, 하와의 범죄 직후에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사단의 머리를 부수는 일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 여자의 후손(예수님)이 할 일입니다.
우리는 꼬리만 잡으면 됩니다.

또 갑자기 손에 문둥병이 생겼는데 그 손을 품에 넣으라고 했습니다.
문둥병은 고사하고 손에 흙만 묻어도 품에 넣기가 쉽지 않은 법인데, 하여간 문둥병이 걸린 손을 품에 넣었더니 도로 나았습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가 죄인인 것을 고백하면 의인이 되는 기독교의 교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모세는 이상의 두 가지 내용에 순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이적을 보여주신 다음에 다시 이스라엘을 구원할 것을 말씀하셨지만 모세는 여전히 도리질을 쳤습니다.
이적은 체험했는데, 이적을 체험했다는 사실이 순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소한 문제는 순종하면서도 결정적인 문제는 자기 입장을 내세우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때 모세가 내세운 이유는 자기의 말주변이었습니다.
자기는 본래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하여 그런 일을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의 이적을 체험했다고 해도 이적은 이적이고 현실은 현실입니다.

개인적인 말씀입니다만 이때 모세의 심정을 저만큼 이해하는 목사도 드물 것입니다.
제가 바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5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신학을 했는데, 그때 저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 저의 언변이었습니다.
\"내가 가야할 길은 이 길이 아닌데…… 나는 목회를 해야 할 사람인데……\"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말주변만 생각하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말이 무척 빠릅니다.
가끔 더듬기도 하고 발음도 부정확합니다.
목사가 되면 늘 하는 일이 설교인데, 이런 말주변으로 어떻게 목사 노릇을 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습니다.
\"하나님, 이런 말주변으로 저는 목사 못합니다. 저를 굳이 목사로 만드실 생각이라면 저의 말주변을 고쳐주십시오.\"라는 것이 저의 간절한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모세의 얘기에 대해서 하나님께서는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뇨 누가 벙어리나 귀머거리나 눈 밝은 자나 소경이 되게 하였느뇨 나 여호와가 아니뇨(11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내가 너의 어눌한 입을 고쳐주겠다. 그러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내가 맡긴 일이나 열심히 해라!\"라는 말이 나올 법 합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습니다.
\"말 잘하는 네 형 아론이 있지 아니하냐\"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바울에게는 자기 스스로 자기에게 가시가 있다고 할만큼 고질병이 있었습니다.
바울이 그 병을 위하여 세 번이나 기도했지만 하나님께서 고쳐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울과 동행한 누가가 의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울의 병은 고쳐주지 않으시면서 의사는 붙여주셨습니다.
바울의 병을 고쳐주면 간단할 것 같은데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모세의 언변은 고쳐주지 않으면서 형 아론과 동행하게 하는 것도 같은 경우입니다.

교회에서 봉사할 때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하나님의 일을 맡기시려면 자기가 다른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기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남편 돈 잘 벌어오고, 애 학교 성적 때문에 신경 쓰이는 일이 없게 해주면 교회 봉사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는 그대로 갖고 있는 채 하나님을 섬기게 하십니다.

이때 모세가 어느 만큼 말귀를 못 알아들었는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노를 발하며 말씀하셨습니다(14절).
결국 모세도 더 이상 항변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당시의 모세는 입술이 한 는 나온 시무룩한 표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것입니다.


4:17>
너는 이 지팡이를 손에 잡고 이것으로 이적을 행할찌니라


모세의 지팡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을 치는 일에 쓰이던 지팡이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지팡이로 이적을 행하라고 하셨습니다.
모세에게 새로운 지팡이를 주신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쓰던 지팡이를 다른 용도로 쓰라는 것입니다.


4:20>
모세가 그 아내와 아들들과 나귀에 태우고 애굽으로 돌아가는데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았더라


난데없이 \'하나님의 지팡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 지팡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길을 가르면서 양을 치던 도구였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다음부터는 모세만 하나님의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지팡이도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었습니다.
그 지팡이는 홍해를 가를 때도 쓰이고 반석을 쳐서 물이 나오게 할 때도 쓰일 것입니다.


4:24-26>
여호와께서 길의 숙소에서 모세를 만나사 그를 죽이려 하시는지라 십보라가 차돌을 취하여 그 아들의 양피를 베어 모세의 발 앞에 던지며 가로되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 하니 여호와께서 모세를 놓으시니라 그 때에 십보라가 피 남편이라 함은 할례를 인함이었더라


본문은 성경에서 대표적인 난해구절로 꼽히는 부분입니다.
하나님께서 소명을 받고 길을 떠나는 모세를 죽이려고 했는데 십보라가 급히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는 것으로 모세가 위기를 모면한다는 내용인데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모세에게 소명을 주신 분이 하나님인데 하나님이 모세를 죽이려고 한다는 내용도 앞뒤가 안 맞습니다만 십보라가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는 것으로 일이 무마되었다는 것도 무슨 얘기인지 감히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진노와 할례가 그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생후 8일이면 할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세의 아들은 그때까지 할례를 받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모세가 아브라함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들에게 하나님의 백성 된 표지를 시행하지 못한 이유는 그의 처가쪽 배경 때문일 것입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는 미디안 제사장입니다.
이교적인 문화에 깊이 뿌리 박힌 사람입니다.
그러면 십보라도 당연히 그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히브리인의 전통에 쉽게 동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경에는 그 내용이 없습니다만 아마 모세와 십보라 사이에는 아들에 대한 할례를 사이에 두고 상당한 갈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모세가 처가에 사는 동안에는 십보라의 입김이 강했습니다만 그런 십보라라고 해도 남편 목숨이 경각에 달릴 지경에까지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이 부분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모세야, 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만 그 전에 네 주변부터 확인해봐라.\"라는 뜻입니다.
요컨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하나님의 사역을 위한 일꾼으로 본격적으로 부르시기에 앞서 먼저 주변부터 단속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세를 통하여 홍해를 가르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