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년시대(7) - 노인문화
서울 봉천동 남부노인종합학교가 노인들의 컴맹탈출을 도와주기 위해 지?4월 개설한 \'컴퓨터교실\'. 손놀림조차도 부자유스러운 노인들이지만 시대흐름에 뒤떨어질 수 없다는 생각 아래 손자뻘 되는 어린 강사들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결국은 눈치빠른 노인들의 경우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등 어느정도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되지만 펜과 종이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은 디지털문화와의 이질감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현재 컴퓨터교실의 수강자는 120명. 컴퓨터 기초부터 인터넷 사용방법까지 지도하는 이 강좌는 모집 당시 400여명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수강생 김모(65)씨는 \"컴퓨터를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고 아이들과 대화조차도 어렵기 때문에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면서 \"평소에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다 보니 무료했는데 이제 컴퓨터에 정신을 쏟으니 한결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서는 시대의 영원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노인 수강생들이 노인복지관마다 넘쳐나고 있다.
◇노인문화는 있는가=우리 노인들은 젊었을 때 6.25전쟁의 혼란을 딛고 경제발전을 위해 뼈빠지게 일만 해온 세대다. 그래서 여가생활이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고 지금은 젊은이들처럼 노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경로당이나 노인정 공원 등지에서 바둑과 장기를 두는 것이 노인문화의 전부라고 치부될 만큼 노인문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내세울 만한 노인문화가 없다는 것은 노인들이 그 동안 일에 파묻혀 살아왔던 관계로 여유를 갖고 즐길 만한 문화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다가 경제적 여유도 없어 여가생활이나 취미활동 등은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 우리 노인들의 현실이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바둑을 즐기고 있는 박모(72)씨는 \"젊은이들은 컴퓨터방-노래방을 가거나 스포츠 여행 등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할 수 있지만 노인들이 즐길 만한 것은 거의 없다\"면서 \"정부가 노인문제를 이처럼 방관하는 것은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개탄했다.
현재 TV나 컴퓨터 등 대중매체 중심의 모든 오락문화는 신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장년층 이후는 이들 문화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있으며 특히 노인세대는 거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생활문화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노인 중심의 전통문화는 설 자리를 잃게 됐고 급기야는 노인문화 상실이라는 비극으로 치닫게 됐다. 더구나 우리 나라 노인세대의 경우 자연보호 교통안내 등 극히 일부 자원봉사활동에만 동원될 뿐 사회참여가 극히 제한돼 있고 체계적인 평생교육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와 평생교육프로그램의 개발-지원을 통해 노인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유도, 활기찬 노년문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람직한 노인문화=남부노인종합복지관에는 컴퓨터교실 외에도 게이트볼-배드민턴-탁구교실과 에어로빅, 민속체조, 스포츠댄스, 요가, 민요-합창-무용교실, 영어-일어회화, 한글-산수교실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40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이곳 복지관에는 날마다 800∼1000여명이 찾아온다. 노인복지관은 그나마 경로당이나 노인정 등과는 달리 체계적으로 노인문화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노년세대들에게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노인복지관은 서울 18곳을 포함해 총 90여개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337만여명인 것을 고려할 때 극히 일부만 혜택을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들 복지관은 건강관리나 노래-외국어강좌 등 노인들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것만 지도할 뿐이어서 적극적인 노인문화창출에는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경로당 2만9000여개소를 더하더라도 노인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돼 있다. 따라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설들을 확장하는 동시에 노인들이 시대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노인문화를 적극 유도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역시 노년세대들도 전통적인 효문화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노인 스스로 젊은이들에게 본을 보이면서 시의적절한 노인문화창출의 주역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은 \"전통사회의 주류문화를 이끌어왔던 노인들이 급격한 사회변동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노인문화는 주변문화로 전락했다\"면서 \"노인의 사회참여기회가 확대돼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활동이 늘어나고 학력수준이 높은 신세대노인들이 자리잡을 때 자연스럽게 노인문화도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오문 문화전문위원 [email protected]
■전문가 진단/\"노인문화 인프라구축 시급\"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라는 격언처럼 인생도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으면 그 삶은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젊었을 때의 온갖 고통과 어려움이 행복한 노인에게는 돌이켜볼수록 아름답고 벅찬 인생의 훈장이 되기 때문인 것이다.
지구촌은 이제 \'생존의 시대\'에서 \'생활의 시대\'로 이행되고 있다. 인간은 최소한의 생물학적 욕구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인간다운 가치와 보람을 추구하는 문화지향적 상태로 삶의 기준을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행복한 노인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노인문화란 있는 것일까? 지금은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삶\'을 살아온 우리 노인들의 문화적 삶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노인문화의 핵심요소는 커뮤니케이션이다. 현대인의 소외와 박탈감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노년기다.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노인 문화발전의 요체다. 커뮤니케이션에는 개인적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적 관계와 물질과 기술과의 관계도 포함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노인의 정보화를 지향하여 전국의 대학과 제휴하여 인터넷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NGO(비정부기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반응이 좋다. 경로당에 앉아 장기를 두는 것이나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을 하는 것이나 그 행위자에게는 훌륭한 여가활동이다. 문화활동이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표출-공유하면서 정체성을 얻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 범위는 전문적인 일에서 일상적인 일까지 포함돼야 한다.
문화의 형성과 발전은 개인이나 집단이 욕구를 표현하고 현상화시키는 것이 물질-시간-제도적 제약없이 허용될 때 가능하다. 즉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와 개인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인문화 인프라의 구축이 절실하다. 과거의 구호적 성격의 물질적 지원을 넘어 삶의 질은 높이는 문화기반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단위로 다양한 문화자원을 개발하여 지역노인에게 제공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노인문화의 기초는 가정을 포함한 지역내에서 대부분 향유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나 NGO의 인식과 노력도 달라져야 한다. 노인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이고 정체된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다양한 욕구와 능력을 가지고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이 특정지역의 노인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면 이는 기업의 이익과 문화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과 노인이 되어 가는 개인의 마음가짐이다. 노인문화는 노인 스스로 규정하고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사회와 공유하고 행복하고 의미있는 문화수단을 찾아나설 때 우리의 노인문화는 발전되고 이 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이완재<\'늘 푸른삶\' 발행인>
###각급학교 경로효친 교육 강화키로
\"경로효친사상 교육을 강화하라.\"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훈계하는 10대 중학생이 70대 노인에 대해 구타,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노인경시풍조가 극에 달하면서 노인들이 인성교육강화를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노인복지단체협의회(회장 안필준)는 최근 잇따른 노인수난의 원인이 경로효친사상교육의 부재에 있다고 보고 교육부장관 앞으로 인성교육강화를 촉구하는 권고문을 보낸 데 이어 경로사상고취를 위한 범국민 궐기대회도 열 계획이다. 교육부는 전국노인복지단체협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초-중등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교육부는 이를 위해 가정의 교육적 기능 회복과 함께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의 배양,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강화 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올 하반기에 초-중등 교장 연수시에 노인공경 풍토조성을 위한 과목 개설을 권장하고 각급 학교에서 노인공경 교육방안을 마련-추진키로 했다.
전국노인복지단체협의회 박계승 사무국장은 \"지하철내에서 일어나 노인폭행치사사건은 인성교육 부재에 있다고 보고 교육부장관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면서 \"고령사회를 맞아 600만 노인들이 불안을 떨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문 문화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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