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시대

新노년시대(2) - 고령화사회의 고민/2002-01-30

新노년시대(2) - 고령화사회의 고민





울산의 김모(76) 할머니는 시골에서 혼자 살다가 몇년전부터 치매현상이 나타나면서 마을 사람들의 권고로 지난해 12월 큰 아들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치매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가족들은 24시간 할머니에게 매여 있을 수가 없게 되자 유료 요양원을 찾았지만 빠듯한 살림에 다달이 큰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여서 하루하루를 고통속에 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3%에 이르는 27만9000여명. 이들 가운데 경증은 16만5000명,중등증은 7만6000명,중증은 3만8000명에 달한다. 중증환자는 가족과 생활하기가 힘들어 요양시설에서 보호받을 필요가 있지만 시설이 태부족. 정부지원 노인전문요양시설은 전국에 고작 24곳뿐이며 총수용인원은 1400여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러한 시설은 생활보호대상자나 무의탁노인만이 이용할 수 있어 김할머니 같은 이는 그림의 떡일 뿐이며,유료요양시설 역시 월 100만∼150만원의 비싼 비용과 설치장소문제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모든 노인문제는 고유의 전통을 내세우며 가족에게 맡겨져 왔지만 치매노인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실상 가족의 손을 떠나고 있다.

◇성큼 다가온 고령화사회=우리나라도 지속적인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 1960년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불과했지만 2000년 7월 현재 7.1%에 달하면서 유엔 기준의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특히 고령인구의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2022년께는 14%가 예상돼 \'고령사회\'로 진입하고,2032년에는 20%인 초고령사회로 성큼 다가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평균수명도 남자 70.6세,여자 78.1세로 71년에 비해 남자는 11.6년,여자는 12년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도 올해는 부양연령층(15∼64세) 100명이 10명을 부양하지만 2022년에는 21명으로 2배,2030년에는 30명으로 3배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이탈리아 18.2%,일본 17.1%,독일 16.4% 등 일부 선진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 문제는 프랑스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 걸리는 등 선진국의 경우 보통 40년 이상 소요됐지만 우리나라는 현 추세대로 갈 경우 22년만에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들 나라는 고령화가 완만히 진행되면서 노인문제를 해결할 여유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여기다가 부모에 대한 효도,즉 모심생활에 대한 급격한 변화추세도 노인문제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효도는 윤리도덕의 근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화 경향과 개인주의의 득세로 가족간의 유대도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심화돼 현재의 중장년층이 노인이 될 경우 부모-자식의 관계는 더욱 변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가족공동체의식의 붕괴현상과 비례해 노인문제도 가정에서 국가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


◇시의적절한 노인정책 세울 때=전문가들은 노년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가족체계의 변화에 맞춰 노인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노인복지시스템을 갖춰 우선 노인들의 자활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장년 위주로 짜여진 사회시스템을 노인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년을 갓 지난 이들 가운데는 경험있는 고학력자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년을 연장하거나 적합한 직종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건강관리시스템을 확충하여 노인가정에 대한 복지비지원과 무료정기건강진단,치매 등 노인병환자에 대한 치료비 보조 등의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자본과 노동의 공급 제약에 따른 성장동력의 약화와 신-구세대의 갈등을 들고 먼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령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우리에게 비교우위가 있는 효사상을 살려나갈 수 있도록 부모를 모시는 자녀에게 세제혜택폭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정년을 현재의 일본 수준인 60세로 연장하거나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67년에 도입한 연령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장애인정책개발센터 변재관 소장도 \"우리나라가 노년인구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노인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공적 연금제도의 위기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체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의 확립과 사회복지서비스의 확대는 궁극적으로 노인부양의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변 소장은 또 노인정책이 그동안 노인이라는 특수계층의 문제로 국한해 시혜적 차원에서 대처해왔지만 이제는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맞춰 국민복지체계의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권오문 문화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