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동의 오후

행복동의 오후

그날도 행복동의 거리는 분주하기만 했다
행복 예식장과 나란히 교회 현수막이 춤추고
신경외과 앞으로 자리잡은
삼성화재 보험에서는
밀린 서류 정리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청산 산부인과를 끼고
두 남녀가 여관으로 향했다
슈퍼마켓을 나온 손님들이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행복동을 깨는 소리가 들리고
차량들이 급정거하며 닫힌 창들이 열렸다
한 중년 사내가 길바닥에 뒹굴다 일어나지 못했다
앰블런스에 실려가는 사내의 호주머니에서
의료보험 카드와 신용카드가 떨어지기 무섭게
차량들이 짖밟으며 달려갔다

호프집 여인이 콧노래를 부르며
가게문을 열 때
벌레먹은 가로수 이파리에 걸린 태양은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늘로 치솟은 고가빌딩 사이로
행복동의 푸른 오후가 무르익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