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이야기 / 스티븐

미국 심마니는 어떤 심마니일까?

아이오와주 미시시피 강변에 사는 스티브씨는 미국 심마니다.

스티브씨 덕분에 나는 아마도 '수백년된 산삼'을 먹은 것 같다.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당선자가 산삼 먹었다는 이야기는 안했다.

오바마가 개고기, 뱀 잡아먹은 이야기는 알려져 있다.

 

지난 여름부터 아이오와주에 사는 아는 분이 나를 초청해

아이오와주를 다녀온 것은 얼마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미국 심마니 스티브씨를 만났다.

1박2일 동안 그와 다녔던 미시시피 강변의 '산삼' 지역은 그야말로

신비한 지형을 숨기고 있었다.

 

여기 오래전에 '舊舊 오두방정의 꿈꾸는 풍경 BBS' 시절 내가 아이오와주

매디슨 카운티에서 캔 산삼 사진을 보았을 것이다.

이제 미국 심마니와 함께 산삼 캐는 길을 이 글을 보는 분들과 함께

가보기로 하겠다.

산삼 냄새 솔솔 ~ ~

산삼캐러 가는 미시시피 강변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

미시시피 강변은 중서부 대평원 한복판에 계곡을 이루면서 약간의 산악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강을 끼고 또 한편으로는 가파지른 언덕 산을 바라보며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맛은 그야말로 길 그 자체가 산삼풍경이다.

스티브씨는 과학교사를 지내다 은퇴한 사람이다.

그가 사는 곳은 미시시피 강변이다.

아이오와주 북부의 중심도시 디코라(Decora)에 사는 아는 친구의 집에 가는 길에

그 친구의 소개로 스티브씨가 전혀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위하여 미시시피 강변에

나와 있었다.

 

그의 복장은 예비군 복장같은 얼룩무늬 사냥복에 스포트 모자를 쓰고

스키용 스틱을 들고 산행준비를 해가지고 있었다.

스티브씨가 심마니 활동을 30년은 해왔다고 했다.

코리안과 전혀 인연이 없이 미국판 산삼 캐는 사람이다.

과학교사로서 그는 일찍부터 산삼에 대한 효능을 알고 있었다.

처음 본 우리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일단 '산삼밭'을 둘러보려 서둘렀다.

이미 산삼을 캘 시즌은 지났지만, 나는 그 지역을 일단 알아보고자 했다.

역시 미국 심마니도 산삼을 캐러 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은 지역이었다.

물론 그곳에서 나의 특별한 관심으로 스티브씨는 숨어 있는 여러 기의

인디안 고분까지 보여주었다. 이들 고분들은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미 산삼 낙엽이 다 진지라 산삼은 볼 수 없었지만, 스티브씨가 내년을 위하여

우리에게 그곳의 주요 산삼지역들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올해만 40파운드를 캤다고 한다.

 

디코라에서 우리를 초청한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그날 저녁 우리는 파티를 했다.

스티브씨가 특별히 그의 집에서 가져온 산삼 보드카주를 돌려가며 마셨다.

그 크기가 인삼 사이즈처럼 아주 큰 사이즈의 산삼이다.

 

* 산삼주를 들고와 우리를 위하여 파티를 열어준 스티브 커닝햄씨와 그 부인

사진의 오른쪽의 사람닮은 산삼의 크기는 정말 그 수령이 수백년은 됨직한 것이었다. 담근지 6년만에 오픈한다고 했다. 그 옆의 산삼주 병은 크기도 작고 담근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 두 병의 산삼주 맛은 확연히 달랐다. 오른쪽의 큰 산삼주가 6년이나 담근 것이라서인지 맛이 특별하게 진하고도 맛이 있었다.

 

한국의 심마니들의 의견 가운데는 산삼주는 1년 정도에서 먹어야 약효가 있다는 설도 있는데, 그게 맞다면 사진의 왼쪽편의 작은 산삼들이 차 있는 산삼주가 약효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날 밤의 산삼주 파티에서 인기는 오른쪽의 큰 산삼주가 더 인기가 있었다.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미시시피 강변에 사는 스티브 내외를 보내고 그 식당의 주인인 친구의 집으로 갔다.

이날 저녁은 내도록 오바마 이야기와 산삼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스티브와도 오랫동안 친분이 있는 이 집에서도 산삼은 작년에 상당히 캤다고 자랑한다.

 

그 시골 집에서 나에게 캐놓은 산삼 '한 뭉치'를 집어 가져가라고 내놓는다.

정말 큰 것들이다.

우리집에 아직도 내가 캔 산삼이 유리병에 술로 담궈놓은지 5년은 되었는데 한번도

꺼내 먹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수백년 짜리 산삼주도 마셨겠다 집으로 가져가 산삼을

한번 직접 먹어 볼 기회가 생긴 아내는 정말 신난 모양이다.

이튿날 우리와 그곳 식당주인의 여동생이 스티브집으로 차를 몰았다.

아담한 시골 집에 사는 스티브 집은 미시시피 강변 동네로 하퍼 페리라는 곳이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그 자신이 지금까지 직접 옛 인디안 지역에서 수집해온

인디안 유물들을 나를 위하여 꺼내놓고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거기에서도 스티브는 심마니답게 그의 집에 가지고 있는 여러 형태의 산삼들과 산삼주를 또 보여주었다.

*아내가 스티브씨가 내놓은 산삼주를 들어보이고 있다.

* 모두 손가락보다 큰 사이즈들이다.

그는 내가 특별히 에피지 마운드 국립 모뉴먼트 지역을 필두로 아이오와 지역의 인디안 마운드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자기의 동네에 있는 인디안 마운드들을 먼저 보여주었다.

 

그는 산삼 지역을 올라가서도 산위에 가려져 숨어 있는 몇곳의 인디안 고분들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하여서는 나중에 따로 '콘디안 게시판'에 올리겠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은 대개가 인디안들의 고분이 있다.

스티브가 크고작은 많은 산삼을 캤다는 이 지역의 지명이나 가는 길을 이곳에서 밝히지 않는 것은 산삼밭이 공개되는 것보다 이 지역이 사냥터라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숲속에서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핏자국이 선명히 길을 가로 지르고 있어 우리 일행 모두 놀랐다. 스티브씨의 말이 사냥꾼이 사슴을 쏘아 사슴이 피를 흘리며 간지 얼마 안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숲을 막 빠져 나오려는 지점에서 참나무 높은 곳까지 받쳐 놓은 사냥용 긴 잠복 사다리와 잠복 의자가 나무 꼭대기 가까운 곳에 시설된 곳이 보였다. 산정에까지 연결된 도로 끝에 주차한 곳까지 오니 그곳에서 그 사슴을 쏜 젊은 사냥꾼을 만났다. 그가 가져간 그 사슴은 140파운드라고 했다.

 

인삼녹용이라고 했던가. 역시 산삼도 녹용이 많은 곳에 산삼이 많은것 같다.

소나무가 많은 곳에 산삼이 많다고 하는 스티브씨의 설명은 새들이 산삼 열매를 먹고

소나무 가지에 앉아 실례를 하기 때문이란다.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하여 소나무숲 아래 다른 나무나 풀들이 자라기 쉽지 않지만, 키가 아주 큰 소나무 숲은 그 아래에서 산삼처럼 키가 작은 풀들이 자라고 특히 너무 습하지 않으면서도 사철 햇빛을 가려주는 소나무숲의 특징으로 산삼이 잘 자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씨와 디코라 친구에게 받은 산삼주와 산삼들은 우리에게는 정말 흥분된 선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져온 산삼을 생으로 먹는 방법을 찾아보았더니 "3일간 미음만 먹고 산삼 한 뿌리 먹는데 15분에서 1시간까지 아주 잘 씹어 삼켜야 하며 먹고 나서도 미음을 한동안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아! 산삼 먹으려다 굶어죽겠구나. 무시하기로 하고 그냥 산삼을 씹어먹기로 했다.

그보다 먼저 놀란 것은 함께 가져온 산삼잎들을 산삼잎차로 끓여 약간의 꿀에 타 마셨는데...

 

아니.. 정말 짠! 하다.

 

그렇게 많이 먹어본 과거의 인삼차 맛과는 전혀 다른 진하고 그윽한 산삼맛이었다.

잎 자체만 가지고도 이렇게 진한 산삼맛을 내는 것은 산삼 자체가 얼마나 독특한 약초인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내가 5년전에 캤던 산삼의 잎은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산삼잎차를 마셔본 뒤에 산삼에 대한 개념이 확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가져온 산삼은 열 몇뿌리 정도 되는데 그 중에 가장 큰 것을 아내가 혼자 씹어 먹었다. 지난번에 내가 캔 산삼을 아내가 먹고싶어 했으나, "건강한 사람이 뭘 먹어. 그냥 기념으로 술에 담구자"라고 내가 우겼던 것을 이번엔 아내에게 양보하여 그보다 큰 산삼을 혼자 먹게 한 것이다.

 

기분상 그런 것도 있겠지만, 엄지 손가락보다 더 굵은 큰 산삼을 씹어먹은 아내는 벌써 목이 쾌청해진다느니 여러 좋은 징후들을 들춰내기에 바쁘다.

 

나는 그중 조금 작은 것을 먹어 보았을 때 쓰다는 생각이 들고 그 맛은 산삼잎만큼 멋진 감은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단 기분이 상쾌해지고 어딘가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힘이 생기는 것 같은 기(氣)를 느꼈다.

 

페이퍼 타월 안에 이끼에 덮혀 아직도 냉장고에 고이 넣어둔 저 산삼들을 나중에 어떻게 먹을까 생각중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를 찍은 지역에서 내가 산삼을 캔 뒤에 그곳을 다시 가서 인근에 산삼을 다시 찾아보아야지 하고 몇번이나 벼루었지만, 스케쥴이 그쪽으로 산삼시즌에는 맞추어지지 않았더랬다.

산삼은 일단 한번 캔 지역에 그 다음해는 그 인근에서 다시 캘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스티브씨가 말해주었다. 스티브씨의 말에 의하면 산삼을 캐러 가는 '심마니'가 자기 동네에도 몇 사람이 더 있다고 했다. 그것만을 전업으로 하는 상황이라기보다 일단 레저활동으로 산삼캐는 것은 아주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가 산삼을 캐면 미국인 인삼재배자들 외에도 개인적으로 산삼을 수매하는 사람들에게 팔기도 하고 친구들과 산삼주 파티를 열기도 한단다. 디코라의 우리 친구네도 심마니 스티브씨 덕분에 '묘령의 산삼주'를 그 전에도 한번 열었다는 것이다.

 

스티브씨도 그랬지만, 산삼을 캐는 심마니는 산삼만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게 되고 마치 도인이나 되는듯한 기분이 된다는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안들도 자체적으로 산삼의 효과에 대한 전통이 이어져 왔다.

 

산삼을 오랜 역사동안 최고 귀한 약재로 삼아온 우리 민족의 역사는 산에 대한 애정을 더욱 크게 높여준 공이 산삼에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위하여 심신을 거룩하게 하는 그 자세 또한 특별한 전통으로 여겨진다. 엣 사람들의 산에 대한 종교적인 '산신령'과 함께 산삼은 정신적으로도 사람을 정화시켜주는 문화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집에서 볼만한 '관상용 산삼'으로 내가 만 6년 전에 캐온 산삼은 아직도 그때 봉해진 채 그대로 있다. 키친품 책상 벽 위에 액자 안에는 아직도 그 때 그 산삼의 줄기와 잎이 그대로 살아 있는듯 나를 바라보고 있다.

 

*산삼잎을 액자에 넣어 두었다. 가운데 잎이 없는 부분은 열매 대궁 부분이다.

 

삼지오엽의 한 잎 가지는 산삼뿌리와 열매를 함께 술에 담궜다. (아래 사진)

* 2002년 9월에 내가 캔 산삼을 담근 산삼주. 소주와 양주를 섞어 산삼을 담궜다.

 

귀한 산삼이 금방 눈에 보였다가 다시 돌아보니 사라지고 없더라는 산삼 전설을 어렸을 때 제법 들었다. 그런 산삼을 동삼(動蔘)이라고도 하고 동삼(童蔘)이라고도 했다. 아이처럼 생긴 산삼의 신령한 약효와 더불어 살아 있는 산삼이 움직인다는 전설적 표현이 그러한 '동삼' 전설에 남아 있는 것이다.

스티브씨에게 한국의 '동삼'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미국에는 산삼이 그만큼 귀하지 않아 그런 동삼 이야기는 생경해 했다.

미국 산삼보다 한국 산삼이 귀하고 약효가 좋다고들 한다.

아마도 미국은 한국처럼 산삼이 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오랜 역사 속에 귀한 사랑을 받아온 한국 산삼이 정신적으로 일단 우위 대우를 받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