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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정체에 대한 견해들
전술한 바와 같이 서구 교회에서는 귀신의 정체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공존하고 있다. 첫째로 ‘귀신은 타락한 천사’라는 견해다. 이 견해는 한국 교회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둘째로, ‘귀신은 아담 이전의 인류의 영혼’이라는 견해다. 셋째는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 영’이라는 견해다. 이 주장은 초대 교회로부터 지금까지 일관성 있게 주장되어 온 견해이며 최근에 이 견해를 지지하는 글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1. 타락한 천사설
타락한 천사설(Fallen Angels Theory)은 타락한 천사들 중에 감금되지 않은 존재들이 바로 귀신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달라스 신학교의 교수였던 고(故) 엉거(Merill F. Unger) 박사다. 이 견해는 한국 교회의 대다수 신학자들이 지지하는 학설이다.
1) 엉거
엉거는 마귀론에 관련하여 한국 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는 『성서적 마귀론』(Biblical Demonology), 『성서로 본 신비신앙』(Demons in The World Today), 『성도들을 향한 귀신들의 도전』(What Demons Can Do to Saints)이란 저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엉거는 타락한 천사들이 육체가 없는 영으로 이 땅에 던져졌으며, 지금도 타락한 천사들이 귀신들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1) 그는 귀신이 타락한 천사임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세 구절을 인용한다.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마 25:41)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으로 더불어 싸울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계 12:7) 바리새인들은 듣고 가로되 이가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지 않고는 귀신을 쫓아 내지 못하느니라 하거늘(마 12:24)
그는 여기에서 ‘마귀와 그의 사자들’, ‘용과 그의 사자들’, ‘귀신의 왕 바알세불’이라는 구절에서 마귀, 용, 바알세불은 ‘귀신의 왕’ 사단이기에 ‘귀신들’이 바로 타락한 천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타락한 천사들을 두 그룹으로 구분한다. 한 그룹은 자유스럽게 활동하는 천사들이고, 또 한 그룹은 감금되어 있는 천사들이라는 것이다.2) 그러므로 그의 주장에 의하면 지상에서 활동하는 귀신들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천사들인 것이다.그러나 그가 왜 타락한 천사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지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감금된 천사들은 ‘너무 타락하고 악하여 지상에 배회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3)는 것이다. 그는 사단의 천사들과 귀신이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면, 귀신들의 정체에 대하여 성경 어디에서도 분명히 제시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엉거는 그의 『성서적 마귀론』에서 ‘불신자에게만 귀신이 들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근거하여 도한호는 『마귀론 대해부』(서울: 도서출판두란노, 1992)에서 ‘성령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경우 신앙고백을 한 신자가 귀신 들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며 김기동의 ‘귀신이 신자에도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4)그러나 엉거는 본인의 성경 연구와 해외 선교사들의 임상적인 목회현장에서 보고된 것을 근거로 하여 그 후에 집필한 두 권의 저서에서는 ‘신자에게도 귀신 들릴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 그의 종전 견해를 수정한 바 있다.5)
2) 디카슨
디카슨(C. Fred Dickason)은 귀신의 기원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성경에 명확한 언급이 없기에 여러 가지 의문이 있음을 전제한다. 그리고 귀신의 정체가 ‘아담 이전에 살았던 인간의 영혼’이라는 견해와 홍수 이전의 ‘타락한 천사와 여인들과 결합하여 낳은 후손들의 영혼’이라는 견해는 비성경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한다.6) 그는 기본적으로 엉거의 주장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한다. 그리고 ‘귀신들의 정체가 타락한 천사라는 성경적 증거가 충분하다’7)고 하며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의 근거를 제시한다. 첫째, 그들은 사단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사단의 천사로서 활동한다. “마귀와 그의 사자들”(마 25:14), “용과 그의 사자들”(계 12:7) 그리고 “귀신의 왕 바알세불”(마 12:24, 26)의 평행구들이 귀신이 타락한 천사임을 지지한다.
둘째, 사단은 ‘귀신의 왕’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때 이 단어는 아르콘티(archonti)로 번역하면 ‘첫째’ 즉, ‘그들 중에서 사단의 첫째 가는 자’라는 뜻이다. 이와 동일한 관계를 대환난 기간 동안에 무저갱에서 나오는 귀신-아바돈 또는 아볼루온(파괴자)이라고 칭하는 타락한 천사와 맺는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계 9:11).
셋째, 귀신들과 천사들은 본질적으로 흡사하다. 천사들은 ‘영’이라고 부르며(시 104:4, 히 1:14), 귀신도 그렇게 ‘영’이라고 불리운다(마 8:16, 눅 10:17, 20).
넷째, 그들은 흡사한 활동을 수행한다. 귀신들은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들어가서 통제한다(마 17:14∼18, 눅 11:14, 15). 또한 사단과 같은 악한 천사도 귀신들과 동일하다. 귀신들과 마찬가지로 악한 천사들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항한다(눅 20:30, 막 9:17∼26, 계 9:13∼15).
마지막으로 천사와 귀신들은 비슷한 지위를 갖는다. 그러나 그들의 지위는 동일하지 않다(롬 8:38∼39, 엡 6:10∼12, 골 1:16; 2:15).8) 또한 디카슨도 ‘신자에게 귀신 들릴 수 있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그는 여러 명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견해와 실제로 자신이 직접 400명이 넘는 귀신 들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축사경험을 통해서 신자에게도 귀신 들릴 수 있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9)
3) 맥스웰 화이트
맥스웰 화이트(H. A. Maxwell Whyte) 목사는 귀신을 타락한 천사라고 주장한다.10) 그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단의 반역으로 말미암아 하늘에서 추방된 천사들이 바로 귀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에 대한 근거로 요한계시록 12장 4∼9절을 인용한다.
그 꼬리가 하늘 별 삼분의 일을 끌어다가 땅에 던지더라 …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으로 더불어 싸울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 이기지 못하여 다시 하늘에서 저희의 있을 곳을 얻지 못한지라 큰 용이 내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 온 천하를 꾀는 자라 땅으로 내어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저와 함께 내어쫓기니라
그는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들은 실체가 없는 귀신들로서 이 땅으로 쫓겨났다’고 주장한다.11)
4) 게리 킨네만
헨리 디이슨(Henry Theissen)이 귀신의 정체 ‘복잡한 문제’(a perplexing question)라고 지적한 것처럼 성경이 귀신의 기원에 대하여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지만, 킨네만은 이 문제에 대하여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는 즉시 ‘타락한 천사’라고 대답할 것이라 말한다.12)
킨네만(Gary Kinnaman)은 전술한, 엉거와 디카슨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귀신이 타락한 천사’라고 주장한다. 첫째, “마귀와 그의 사자들”(마 25:41), “귀신의 왕 바알세불”(마 12:24)에서 ‘마귀’와 ‘바알세불’은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고, ‘그의 사자들’과 ‘귀신’도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 둘째, 타락한 천사들과 귀신들은 동일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둘 다 ‘영’이라고 부른다. 셋째, 타락한 천사들과 귀신은 하나님을 대항한다.13)
이외에도 프레데릭 리히(Frederick Leahy), 에드 머피(Ed Murphy) 등이 이 견해를 지지한다.
2. 아담 이전 영혼설
이 견해는 귀신이 아담 이전 인류의 사후 영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에 의하면 아담 이전의 인류는 루시퍼가 타락하기 전 그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루시퍼가 하나님께 거역하여 타락할 때, 이 땅에 살고 있던 인류들도 반역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하나님께 심판을 받아 육신이 해체됐는데, 바로 이들의 영이 오늘날 활동하는 귀신이라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