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정체성

교회의 정체성, 사명에 우선해\"
- 숭실대기독교학대학원 5주년 행사 Beek 박사 강연 -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개원 5주년 공개강좌\'는 Abraham van de Beek 박사의 강연 및 그에 따른 활발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Beek 박사는 화란자유대 교수이자 세계개혁신학회 회장,
화란왕립학회 신학과 철학 분과 회장 등의 직책을 맡아 활발한 신학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본지에서는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번역 및 통역: 안명준 박사),
\'부활과 신체성\'(번역 및 통역: 이승구 박사)이라는 주제의 Beek 박사의 두 강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첫 강연,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의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통역은 한국 복음주의 조직신학회 안명준 회장이 맡았다.


정체성의 우위

화란개혁교회, 세계교회협의회 등은 교회의 사명을 정체성의 우선으로 둔다.
즉,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게 되면,
그때 교회가 어떻게 이를 위한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있으며,
교회의 정체성이 어떻게 교회의 고백에서 표현한 대로 정의되는 지 알 수 있다.” 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 Beek 교수는, 이런 방식은 실제로 많은 열매를 맺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의 삶과 영성에 관련된 고전적 주제들을 희생시키고 세속화를 자극했다며,
교회의 정체성이 사명에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 이유로 그는,
“기독교의 참된 뿌리, 즉 신약 성경과 초대교회가 이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Beek 교수는,
“사명, 즉 \'보내는 것\'은 특별한 임무를 위해서만 사용되었지,
교회를 위해서 전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며,
“현대 사상의 맥락에서 교회는 세상을 \'위한\' 봉사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하나,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부르심’과 관계된 용어들을 실제로 분석해 본다면,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세상\'에서\' 부름을 받아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들어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은 부르심을 받았으며, 그러므로 당신은 기독교인이다.
당신이 뭔가를 하기 위해 기독교인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당신의 부르심은 기독교인이 되는(be) 것이다.
그래서 정체성이 우리의 첫째 관심이다.” 라고 정리했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 안에서

Beek 교수는,
“신약 성경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의 정체성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교제이다.
즉, 그들의 정체성은 예수의 정체성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교회론은 기독론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데,
이러한 예수 정체성의 핵심은 십자가의 죽음이다.” 라고 말했다.

주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성만찬,
그리스도의 죽음의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세례 등의 의식을 통해서도,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나누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Beek 교수는 덧붙이기도 했다.

‘계속적으로 죽는 것\',
\'예수의 부활의 삶을 따라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하늘에 두는 것‘을
십자가를 따르는 삶이라고 본 Beek 교수는,
이런 연유로 “이땅은 기독교인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리스도가 계신 천국만이 기독교인들의 유일한 목표이자 유일한 집이며,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것이 그들의 궁극적 희망이다.” 라며,
\"기독교인들은 나그네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Beek 교수는 \'나그네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 기독교인들의 삶은 고통 받음,
세상과의 조화에 대한 거부, 세상의 목표에 대한 정죄, 핍박 당함과 연관된다며,
그들은 일종의 ‘제3인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이 겪고 있는 폭력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가 중요하다며,
그들은 예수가 행하신대로 \'정치적으로 연루되는 대신 고난을 견뎌야 한다\' 고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교회의 사명, 즉 이와 같은 폭력없는 교회의 삶은 교회의 정체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교회의 사명은 천국에 숨겨진 그 생명을 위해 사는 것” 이라고 다시 한번 정의내린 후,
목적들을 이루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목적론적인 현 기독교를 비판하며,
원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 존재하는 영생 때문에 성만찬에서 감사하는 기독교였다고 말했다.


사회 속에서 기독교인들

Beek 교수는 먼저 그리스도가 우리 현실의 삶을 담당하셨기에,
이땅에서의 우리의 정체성들-예를 들어 화란 사람, 남편, 아버지, 대학 교수 등-을 거부하는 것은
기독교 믿음의 본질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후,
“믿음은 다른 정체성들을 파괴하지 않고 그것들을 증진시킴으로서 우리의 다른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
“다른 정체성은 우리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구체화한다.” 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Beek 교수는,
기독교인으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은 다른 정체성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믿음과 다른 정체성을 동등에 두는 경우,
예를 들어 한국 사람인 것과 기독교인인 것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주로 자유주의 신학이 자주 사용하는 사고 방식인데,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백성들\'이라고 보는 식이다.
이에 대해 Beek 교수는 “번영은 참된 제자훈련에 대한 보상으로 보여질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이 오직 은혜로 구원받은 것과 그들이 세상의 나그네임을 제대로 설명하기 못한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그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견해는 종종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른 정체성에 종속시키는 견해로 변하게 되는데,
이때, “기독교인들의 첫 번째 관심은 그들의 번영에 있으며,
그들은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 믿음을 사용한다.\"며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남용하는 것\' 이라고 한다.

Beek 교수는,
위와 같이 믿음을 다른 정체성들과 동등에 두거나 또는 그 하위에 두는 것은 모두 하나님에 대한 불경죄라고 역설했으며,
그런 의미에서 그는 통합 종교에 대해,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순간적으로 변덕스런 마음을 갖게하는 종교이자 도덕이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목표와 발전에 고착시키며,
자신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고 도울 수 있는 부분만을 종교로부터 받아들이게 한다.” 라고 비판했다.

그는 계속해서,
“주님의 말씀과 봉사는 다른 목표들을 섬기지 않는다.
그것들은 바로 주님의 말씀과 봉사이기 때문에 정당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교회의 사명이란 교회에 부여된 이 깊은 정체성을 선포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 후,
종교가 진보, 인간, 서구문명에 달려있는 현실을 \"수치스럽다\" 며 비판했다.

특히 Beek 교수는 국가적 이익을 위해 믿음을 이용하려는 경향을 비판했는데,
그에 따르면 테레 사태에 대항한 미국의 일련의 행동은 폭력의 정당화를 위해 하나님의 이름을 오용한 것이라는 것이다.
교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십자가에 죽으신 그리스도의 전파를 위해 행해야 한다는 점을 Beek 교수는 거듭 강조했다.


결론

기독교인들은 비록 자신들의 언어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믿음을 표현할 수 밖에 없지만,
Beek 교수에 따르면, 그들의 그 어떤 정체성도 그리스도에게 복종되어야 한다.

물론 기독교인들은 국가의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Beek 교수에 따르면, 그것은 세계가 평안할 때 그들도 평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Beek 교수가 제시한 기독교인들이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은 원수를 포함한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창조물임을 기억하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평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Beek 교수는,
그리스도와 관계된 절대적 정체성과 땅위 정부들의 상대적 목표들을 분명히 구별해야 하며,
또한 세상을 완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봤다.
이는 주님 이외의 모든 것이 상대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기독교인이 양자와 가난한 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기독교인의 계명\'이자 \'인간의 지혜\'라고 말하며 이 날의 강연을 끝맺었다.


강연평

Beek 교수는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 이라는 주제의 이번 강연을 통해,
교회의 사명을 정체성보다 우위에 두고,
무수한 목표들만 쫓아가기 바쁜 오늘날의 교회-한국 교회를 포함한-의 현실을 적절히 비판하며,
사실 교회의 사명은 그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자각에서 나온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그런 점에서 자칫 목적론적인 모습으로 내리달리는 가운데 물량주의 및 성장주의에 빠진,
또 빠질 위험에 처한 많은 한국 지역 교회들에게 귀중한 교훈을 안겨주었다고 평가되어진다.
진실로 교회의 정체성은 그것의 사명에 우선한다.

또한 Beek 교수는 이번 강연을 통해
세속주의, 인본주의의 세태 속에서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다른 정체성들을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동등하게 두거나 혹은 그 우위에 두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모습은 하나님께 대한 \'불경스러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Beek 교수가 기독교인의 사회 참여에 대해서
\'나그네된 입장에서 다만 신앙 생활의 평안을 위해 사회의 평안을 유지해야 한다\' 는 식으로,
-물론 인류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간 점이다.

기독교인들이 세상과 뒤섞여서는 안된다는 점은 백번 타당하지만,
그러나 \'더렵다\' 하여 세상을 피하면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은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발휘해 세상의 개혁 세력으로서 작용할 필요가 있다.

Beek 교수는
\'세상을 완전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원시적인 죄\' 쯤으로 보았는데,
\'불완전한\' 세상에 대한 그의 이러한 포기는 어느 정도 서글프게 들린다.
오히려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라는 예수님의 희망찬 기도가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외침이요, 마음 가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