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목회 (3) 마음과 육체
치유목회특강자료 마음과 육체(psychosoma)
신경정신의학에서 다루는 인간관은 다른 의학의 분야와는 사뭇 다르다. 그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가 인간을 전인격적인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내과학이나 외과학 등 전통적인 의학분야가 인간 생물학적인 면을 강조하고 육체의 병리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신경정신과에서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정신적인 면만 치료하지 신체적인 질병에 대해 무슨 치료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소개할 정신과 육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나면 우리의 마음(정신)과 육체가 불가분의 관계로 상호 유기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선 사례를 한 번 들어보자.
55세 된 중년의 아주머니가 어느 날 외래로 진료를 신청하였다.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내과에서 심전도, 가슴 X-ray촬영, 기관지 내시경, 위내시경, 심지어 가슴 MRI까지 시행하였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남편은 유명대학의 교수로 덕망 있는 분이셨고 자녀들은 모두 명문대학에 다니며 큰 말썽 없이 부모님 말에 순종하며 지내는 외관상 아무런 문제도 없이 보이는 가정의 주부였다. 이 환자는 유명하다는 의사와 한의사는 모두 찾아보았고 좋다는 약도 모두 복용해 보았지만 효험을 볼 수 없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하였지만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오던 터에 결국 신경정신과로 의뢰된 것이었다. 이 환자를 자세히 면담해 본 결과 외견상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는 환자의 마음속엔 오랜 세월을 참아온 갈등과 어려움이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환자의 남편은 연구에 바빠 아내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고 환자는 늘 혼자서 집을 지켜야 했다. 또한 효부상을 받을 정도로 늙으신 시부모님을 지성으로 모셔서 2년전 노부모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직접 모시며 수발을 해왔던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는 자녀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자식들 교육과 양육에 헌신하였으나 자녀들마저 훌쩍 커버리고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고 어머니의 보살핌을 예전처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녀들이 모두 대학에 합격하여 자신을 이전처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한 환자는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자신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시부모,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였는데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외로움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의 풀리지 않는 갈등과 문제들을 신체적인 증상으로(즉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문제로 변환되어) 표출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가 곤란한 증상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증례는 신경정신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에게는 흔히 접하는 예로 이러한 병은 진단분류상 정신신체의학의 분야에 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만이 적절히 치료할 수 있으며 그 이외에 어떤 검사나 내·외과적인 치료 방법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또한 치료도 육체와 정신의 모든 약점들을 잘 파악한 후에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병을 치료하는 신경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마음과 육체에 대한 관심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며 환자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갈등이나 문제들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적인 증상만을 치료하고자 할 때 문제 해결을 못하는 돌팔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정신신체의학은 1930년대에 의학의 생물학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에 대한 반응으로서 대두되어 정신의학과 의학의 타 분야와의 교량역할을 해왔다. 역사적인 고찰을 해보면 인간이 정신과 육체에 관한 생각을 한 것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인들은 질병은 영적인 힘에 의해서 일어나므로 영적 수단으로 대항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리스 시대에 이르러서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신체질환의 치료에 있어서의 ‘신체적인 것’에 대한 지식을 강조한 바 있다. 소크라테스(Socrates)는 “머리 없는 눈, 몸 없는 머리를 치료할 수 없는 것처럼 영혼이 없는 몸을 치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신과 신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그리스어의 psyche는 숨쉬는 것을 말했고, soma는 신체(body)로서 이미 인간의 정신과 육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연구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정신 신체적 개념들은 중세시대의 신비주의 및 문예부흥기의 자연과학의 발달에 따라 경시되어 오다가 1818년 하인로쓰(Heinroth)가 최초로 “정신신체적(psychosomatic)”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이래 서서히 다시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이 정신신체적(psychosomatic)이란 용어보다는 정신생리성장애(psychophysiologic disorder)라고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신체의학의 분야는 더 나아가서 사회적인 영향, 생물학적 문제, 자율신경 및 내분비계통과의 관계, 심지어는 유전적 인자와 학습 등과의 관련된 분야로 넓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부분이 이론적 단계에 있으며 신경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은 서로 연관되는 3가지의 다른 면에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① 인간의 건강과 불건강 또는 질병상태에 대하여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요소들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추구하는 분야다.
②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결과 지나치게 전문화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인간의 질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부분품에만 정밀한 처치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신신체의학은 이런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료를 할 때 인간을 전체적으로 취급하는 포괄적인 접근방법을 지향한다.
③ 정신신체의학은 정신의학분야와 다른 의학 분야와의 사이에서 소위 자문조정정신의학(consultation-liaison psychiatry)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와 같이 3가지의 정의가 종합된 정신신체의학의 기본태도는 “어떤 개체의 건강상태나 질병상태는 그에 관한 심리학적 원인과 생리학적 원인 사이의 상관 관계 및 그 작용기전을 파악하고 환자의 태도, 감정상태 및 행동을 조절하여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오묘하다. 이처럼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을 유발하고 육체의 병이 마음의 병을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서게 된다. 우리의 마음과 육체는 다르면서도 같은 것이며 서로 공생 관계에 놓여 있으니 오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곳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