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다윗은 양치기로 자랐다. 아버지 이새의 율법교육을 잘 받으면서 사람은 여호와 하나님을 의지해야하며 그 분을 사랑하고 그 분의 율법을 지켜 행해야 한다는 교육을 어릴때부터 잘 받고 자랐다.
다윗은 형들이 많았다. 그들은 건장했고 남자다운 멋진 형님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들과는 다른 영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점차로 깨닫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들판에 양을 치기위해 나갈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양들이 이리저리 다니면서 풀을 뜯는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윗은 하나님이 만약 사람이라면 아마도 자신이 지금 느끼는 것처럼 똑같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양떼를 돌보는데 평화와 안락함 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늑대와 이리떼의 습격이 있는가 하면 사자들의 공격도 있었다. 그럴때면 다윗은 자신이 늘 갖고 다니던 물맷돌로 그들의 급소를 정확히 명중시켜 일격에 쓰러뜨려 버렸다. 한번은 물맷돌을 맞고도 끄떡도 하지 않던 새끼 사자에게 직접 달려가서 그 짐승의 아가리를 찢어 놓기도 했다.
다윗은 넓은 자연을 보면서 무언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부터 끊어 오르는 어떤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용기를 갖게되는 힘의 근원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존재케 하는 생명의 근원이었다.
그 생명의 근원은 넓은 대자연 앞에 선 디윗에게 이성에 대한 야릇한 흥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디윗은 그 생명이 참으로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힘의 근원은 확실히 그 생명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다윗은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야훼, 여호와가 바로 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에 덧붙여 다윗은 이 생명을 잘 간직하고 잘 사용해야지,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 생명이 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전갈이 왔다. 양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빨리 집으로 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집에는 선지자로 널리 알려졌던 사무엘이 와 있었다. 그리고 다윗은 사무엘을 보자 그의 표정이 확 밝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사무엘이 자신에게 다가와 기름을 붓는 것이 아닌가?
디윗은 왕이나 제사장, 선지자가 될 사람은 기름을 붓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직접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하고 나니 당황했다. 내가 제사장이나 선지자가 아니라면 이스라엘 왕이 된다는 말인가? 다윗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기름부음을 받은 이스라엘 최초의 왕인 사울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기름 부음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다윗은 갑자스럽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자신에게 어떤 특별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에 기름을 붓고 라마에 있는 집으로 속히 가버린 사무엘 선지자가 어떤 때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이스라엘 왕인 사울에게로부터 전갈이 왔다. 왕궁으로 와서 수금을 타야 한다는 명령이었다.
수금을 타는 것은 다윗에게 별로 힘든 일은 아니었다. 평소 양떼들이 노니는 들판에서도 늘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윗은 여호와께로부터 온 그 생명을 사울앞에서 노래했다. 사울이 거하는 궁정에서 내면으로부터 흘러 넘치는 생명을 노래할 때마다 다윗은 자신의 삶속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다윗은 사무엘이 자신에게 기름을 부었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어쩌면 사울과 같은 지위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윗은 그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여호와 하나님이 참된 생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2.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은 예루살렘 성벽을 거닐고 있었다. 휘영청 달도 밝은데 다윗은 자신이 지나온 30여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자신의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버지를 따라 양떼를 몰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사무엘이 기름을 붓던 장면이 이어 떠올랐다. 골리앗을 물멧돌로 일격에 쓰러뜨리던 장면,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 사울에게로 가져 갔을 때 요나단을 보자마자 서로 깊은 내면을 이해하게 됐던 일, 그리고 사울왕에게 쫓겨 다닌던 일, 적국의 나라였던 아기스왕에게 피해갔던 일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다윗은 사울의 추격을 받아 자신과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몰살할 위기에 빠졌을 때 블레셋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옴으로 사울이 철수 했던 사실은 참으로 최고의 반전으로 기억됐다. 그 이후 사울이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죽고 자신이 헤브론에서 유대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왕이 되었을 때도 잊을 수가 없었다.
헤브론에서의 7년 6개월의 시간은 다윗에게는 색다른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어릴 때 양을 치면서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기다림이었다. 유대지파는 자신을 인정하고 두번째 자신에게 기름을 부어 주었지만 이스라엘의 10지파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유대지파의 군대장관은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맡고 있었다. 다윗은 그가 뛰어난 군사 전략가인 점은 인정했지만 늘 한쪽에 석연치 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요압이 권력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윗은 당시 요압보다 권력이 약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다음 다윗은 이스라엘 열지파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지파로부터도 세번째 기름부음을 받았다. 이제 다윗 앞에는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었다. 먼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는 주변 적국들부터 정리해 나가기로 굳게 다짐했다.
다윗의 싸움을 막을자는 아무도 없었다. 다윗의 주변에는 그동안 어려움을 함께 해왔던 30명 정도되는 장수들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 전장터에 나갈 때면 다윗은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윗은 그것을 내색하기보다 자신의 부하들에게 공적을 돌리고 그들에게 자상한 왕이 되기를 바랐다.
다윗은 예루살렘 성위로 휘영청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암몬족속 랍바성에서 싸우고 있는 자신의 병사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큰 싸움은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써움에 다윗은 출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도 해보고 앞으로 이스라엘 장래를 구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생각이었다.
달빛은 하늘에서 예루살렘 성안을 더 환히 비추어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순간 다윗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환한 달빛 사이로 우유빛 살결을 가진 한 여인이 목욕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다윗도 30이 되기전에 7, 8명의 아내도 가져 보았고 예루살렘 성안에도 10명 가까운 자신의 첩이 있는데 달빛 사이로 바라 보이는 저 여인은 또 다른 느낌을 다윗에게 안겨주었다.
다윗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했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자신의 30명의 장수안에 들어가는 우리야의 아내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윗은 잠시 머뭇거렸다. 부하의 아내, 그것도 가장 충직한 부하의 아내를 범할 수 있는가? 다윗은 자신도 모르게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다른 여인으로부터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명을 체험해 볼 것인가? 아니면 이를 포기하고 부하에 대한 신의를 지킬 것인가? 그것은 순간적인 일이었다. 심부름을 보낸 신하에게 그 여인을 데려오라는 말이 먼저 나가고 있었다.
3.
다윗앞에 선 갓 선지자는 준엄한 심판자의 얼굴이었다. 약10개월동안 자신이 이스라엘 전체 군사 숫자를 등록하게 한 것은 여호와 앞에 범죄한 것이기 때문에 3가지의 벌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다윗은 그것을 인정했다.
지난번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후에도 그렇게 눈물로 회개했건만 이번에는 새로운 충동앞에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권력과 군사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 보려는 마음의 충동에 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옆에서 예언을 담당했던 갓 선지자는 죽음을 각오한 비장한 모습이었다.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이 3일동안 역병에 빠지는 것을 선택했다. 온 이스라엘에 역병이 유행했다. 약 7만명이 병으로 쓰러졌다. 예루살렘성에까지 이 역병이 몰려 오고 있었다. 다윗은 백성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이 죄없는 백성보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죽여 달라고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다시 나타난 갓 선지자는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마당에 가서 번제와 화목제를 드리라고 다윗에게 말했다. 다윗이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서 제사 드리기를 마쳤을 때 이스라엘을 강타했던 역병이 멈추었다.
다윗은 이 일후에 자신이 나이 어렸을 때 깨달았던 그 생명의 법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다시한번 돌이켜 보았다. 어떻게 말로서 설명할 수 없는 그 생명의 신비는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었고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까지 인도했다. 그리고 어떤 때 이 생명을 잘못 이해했을 때는 밧세바에 대한 간음으로, 또 10개월동안 이스라엘의 군사를 계수하는 자기 과시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윗은 하지만 지나온 모든 역경 가운데서도 자신을 지켜온 그 생명은 지금도 계속 역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역사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생명의 주인이신 여호와가 그것을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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